내적 근거(문장 쪽)와 외적 근거(자료 쪽)가 충돌하면 선택이 흔들립니다.
충돌 유형별로 결정, 조건부 채택, 보류를 구분하고, 다시 확인 가능한 기록 문장까지 정리합니다.

“무엇을 우선하나”보다 “어떻게 결론을 남기나”가 더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읽기 두 개가 맞부딪힐 때, 한쪽은 자료 분포가 좋아 보이고 다른 쪽은 문장이 더 자연스럽게 읽히기도 합니다.
이때 “무조건 오래된 자료”나 “무조건 문맥”처럼 한 줄 규칙으로 끝내면, 판단이 취향처럼 보이거나 나중에 쉽게 흔들립니다.
텍스트 비평의 핵심은 남아 있는 증거로 가장 이른 형태를 추정하고, 그 결론이 어떤 근거 위에 서 있는지 남기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단정하기보다, 충돌을 정리하는 방식과 기록 방식이 더 중요해집니다.
용어 풀이
외적 근거: 어느 자료(사본, 판본, 인용 등)가 어떤 읽기를 전하는지, 자료의 계통·독립성·분포가 어떤지를 보는 근거입니다.
용어풀이
내적 근거: 문장 자체가 어떤 읽기를 더 잘 설명하는지(문맥, 문체, 필사/편집 경향)를 따지는 근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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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는 고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결정 순서’는 고정할 수 있습니다
내적/외적 근거 중 무엇이 항상 우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결정을 내릴 때의 순서를 고정하면, 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첫째, 후보를 정확히 적어 둡니다(서로 다른 읽기를 빠뜨리지 않기).
둘째, 자료 쪽에서 먼저 걸러 냅니다(독립적으로 확인되는지, 특정 갈래에만 갇혀 있는지).
셋째, 문장 쪽에서 설명력을 따져 결론을 내립니다(왜 이런 변이가 생겼는지까지 설명되는 읽기).
이 순서를 유지하면, 결론은 “감”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선택”으로 남습니다.
자료는 오래된 쪽, 문장은 자연스러운 쪽일 때
오래된 자료가 낯선 표현을 전하고, 후대 자료가 더 쉬운 말로 정리해 둔 듯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매끈함이 장점인지, 후대 정리의 흔적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판단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1) 낯선 표현이 저자의 문체와 문맥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냐,
2) 반대로 매끈한 표현이 “낯선 것을 익숙하게 고친 결과”로 설명되느냐입니다.
이럴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더 어려운 읽기’입니다.
필사자는 낯선 표현을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관찰을 이용해, 지나치게 매끈한 읽기를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기준입니다.
다만 “거칠다 = 무조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거칠다는 이유만으로 채택하지 말고, 외적 근거와 함께 보며 문맥상 성립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용어 풀이
더 어려운 읽기(lectio difficilior): 필사자가 표현을 쉽게 다듬는 경향을 고려해, 지나치게 매끈한 읽기보다 다소 거친
읽기가 원형일 가능성을 검토하는 기준입니다.
단, 문맥상 성립 여부와 다른 근거를 함께 봐야 합니다.
다수 자료가 지지하는 읽기 vs 소수지만 독립적인 읽기
자료를 “세는” 순간 판단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외적 근거에서는 개수보다 독립성이 중요합니다.
같은 계통에서 복제된 다수는 한 표처럼 봐야 하고, 서로 다른 갈래에서 따로 확인되는 소수는 무게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충돌에서는 “다수냐 소수냐”보다 “갈래가 몇 개인가”가 먼저입니다.
그리고 갈래 판단이 불확실하면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본문을 한쪽으로 두더라도 다른 읽기를 분명히 기록으로 남기면, 독자는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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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상 유리한 읽기 vs 오류 패턴이 강하게 의심되는 읽기
계통상 유리해 보이는데도 문장이 이상하게 흐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내적 근거 중에서도 “어떤 오류가 더 그럴듯한가”를 따져 보면 도움이 됩니다.
눈이 비슷한 단어로 미끄러졌는지, 앞줄 표현을 끌어왔는지, 반복해서 베꼈는지 같은 필사 습관은 특정 유형의 변이를 낳습니다.
요점은 간단합니다.
외적 근거가 유리해도 그 읽기가 “오류로 생겼을 가능성”을 강하게 품고 있다면 보류가 합리적입니다.
반대로 내적 근거가 좋아 보여도, 외적으로 특정 편집본에만 갇혀 있다면 단정 대신 조건부 채택이 안전합니다.
용어 풀이
전사 확률(필사 확률, transcriptional probability): 필사가 실제로 어떤 실수를 내기 쉬운지(눈 건너뜀, 비슷한 글자 혼동, 반복 등)를 고려해, 변이가 ‘어떻게 생겼는지’의 가능성을 따지는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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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는 한쪽, 문장은 다른 쪽을 가리킬 때
어떤 문장에서 자료 A와 B는 “바로”를, 자료 C는 “다시”를 전한다고 해보겠습니다.
A와 B가 서로 다른 갈래에서 확인되는 반면, C가 후대 편집본 계열에만 나타난다면 외적 근거는 “바로” 쪽을 밀어줍니다.
그런데 문맥상 앞문장이 ‘한 번 멈춘 뒤 재개’에 가까운 흐름이라면 “다시”가 더 자연스럽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둘 중 하나를 성급히 정답으로 만들기보다 질문을 하나 더합니다.
“어느 쪽이 다른 쪽의 출현을 더 잘 설명하는가?” 만약 “다시”가 후대 편집자가 의미를 분명히 하려고 덧댄 정리로도 설명된다면,
본문은 “바로”로 두고 “다시”를 기록으로 남기는 결론이 깔끔합니다.
반대로 “바로”가 상투어로 평탄화된 결과로 설명되고, “다시”가 저자의 문체와 흐름을 더 잘 살린다면 본문을 “다시”로 두되
외적 근거가 약하다는 점을 함께 밝혀 조건부로 남길 수 있습니다.
판단을 마무리하는 문장 3가지: 단정, 조건부, 보류
같은 판단이라도 어떻게 남기느냐에 따라 글의 설득력이 달라집니다.
아래 세 가지 톤을 상황에 맞게 고르면, 결론이 과장도 없고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 단정(근거가 한 방향으로 모일 때)
“자료 분포와 문맥이 함께 지지하므로 본문은 X로 둔다.” - 조건부 채택(한쪽 근거가 약할 때)
“문맥상 X가 설득력 있으나 외적 근거가 약하므로, 본문은 X로 두되 Y를 함께 기록한다.” - 보류(결론을 지금 내리기 어려울 때)
“근거가 갈리므로 본문은 현행 읽기를 유지하고, 이 자리는 추가 자료 확인 후 재검토한다.”
우선순위는 싸움이 아니라, 기록의 균형으로 정리됩니다
내적 근거와 외적 근거는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가 아닙니다.
자료 쪽은 후보를 정리해 주고, 문장 쪽은 설명력을 보강해 줍니다.
충돌이 생길 때는 “무엇이 더 그럴듯한가”를 말하기 전에, 내 결론이 다시 확인 가능한 형태인지 먼저 점검해 보세요.
단정할 수 없는 부분을 보류로 남길 수 있는 태도가 오히려 판단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주 하는 질문(FAQ)
Q. 외적 근거가 좋으면 내적 근거는 덜 봐도 되나요?
A. 덜 보는 게 아니라, 결론을 설명 가능한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함께 봐야 합니다.
두 근거가 같은 방향이면 결론이 단단해지고, 충돌하면 기록 톤(조건부/보류)을 고를 근거가 생깁니다.
Q. “더 어려운 읽기”는 언제 써도 되나요?
A. 두 읽기가 모두 성립 가능한 범위일 때 보조 기준으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거칠다는 이유만으로 채택하지 말고, 문맥과 다른 근거를 함께 봐야 합니다.
Q. 자료가 많지 않으면 외적 근거는 의미가 없나요?
A. 자료 수가 적어도 독립성과 분포는 중요합니다.
같은 계열의 복제인지, 서로 다른 갈래인지가 보이면 외적 근거로 후보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Q. 결론을 바꾸면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나요?
A. 바뀌는 것보다 “왜 바뀌었는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새 자료나 더 나은 설명이 나오면 갱신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기록이 있으면 변화의 이유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Q. 교감기 표기가 어려워서 근거를 남기기가 힘듭니다.
A. 표기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이 자리의 다른 읽기 + 출처 + 내가 택한 이유 한 줄”로 풀어쓰는 편이 읽히는 글이 됩니다.
관련 참고자료
Encyclopaedia Britannica, “Textual criticism: Critical methods”
https://www.britannica.com/topic/textual-criticism/Critical-methods
Modern Language Association, “Guidelines for Editors of Scholarly Editions”
https://www.mla.org/cse_guidelines
BYU Religious Studies Center, “Principles of New Testament Textual Criticism” (내적/외적 근거 소개)
https://rsc.byu.edu/how-new-testament-came-be/principles-new-testament-textual-criticism
Oxford Reference, “Difficilior lectio potior” (요약은 공개, 전체는 구독 필요할 수 있음)
https://www.oxfordreference.com/display/10.1093/oi/authority.20110803095717850
Stemmatology (UZH), “Lectio difficilior, lectio potior” (오픈 설명 페이지)
https://www.sglp.uzh.ch/apps/static/MLS/stemmatology/229149935.html
TEI P5 Guidelines, “Critical Apparatus (TC)”
https://tei-c.org/release/doc/tei-p5-doc/en/html/TC.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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