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품을 여러 사본으로 비교할 때, 차이를 나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를 추정하는 법이 필요합니다.
공통 오류로 갈래를 세우는 스테마(계통도) 기본, 오염(혼합 전승) 같은 한계, 글로 설명하는 문장까지 정리합니다.

차이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부족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같은 작품을 여러 사본으로 비교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목록이 길어질수록 판단이 흐려집니다.
어떤 차이는 우연히 생길 수 있고, 어떤 차이는 한 번 생기면 그대로 복제되기 때문입니다.
스테마(계통도)는 이 지점을 정리해 주는 도구입니다.
사본들이 서로 어떤 갈래로 이어지는지 가설을 세워 두면, 이후의 비교가 훨씬 빨라지고 “왜 이 읽기를 더 신뢰하는지”를
설명하기도 쉬워집니다.
스테마는 결국 독자가 다시 확인할 수 있게, 근거가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흐름’을 보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디지털 자료는 좌표(영구 링크, 권/ 쪽 /행 등)를 고정해 두지 않으면 같은 자료로 되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좌표를 고정했다면, 이제는 그 자료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까지 한 번 정리해 두는 단계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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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마는 “정답 그림”이 아니라 “근거를 정돈하는 가설”입니다
스테마(라틴어로 stemma codicum라고도 부릅니다)는 남아 있는 증인(사본, 판본)들 사이의 관계를 ‘가계도처럼’ 그려 보는
작업입니다.
중요한 전제는 이것입니다.
스테마는 멋있게 완성된 다이어그램이 목적이 아니라, 변이(다른 읽기)가 생긴 경로를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가설의 도식”이라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본문비평에서는 특히 “공유된 변이, 그중에서도 오류나 누락”을 단서로 계통을 세우는 방식이 핵심으로 안내됩니다.
용어 풀이
스테마(계통도): 사본, 판본(증인)들이 어떤 갈래로 전해졌는지, 공유하는 특징(특히 공통 오류)을 근거로 관계를 추정해 그린
도식입니다
용어풀이
증인(witness): 본문을 전하는 개별 자료(사본, 판본 등) 하나하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현실적인 스테마의 출발점: ‘한 방에 완성’이 아니라 ‘표지 변이’부터
스테마를 처음 시도할 때 가장 흔한 실패는 욕심입니다.
처음부터 작품 전체를 다 묶어 한 장의 나무로 만들려 하면, 자료도 마음도 먼저 지칩니다.
현실적인 방법은 ‘표지 변이’(갈래를 가르는 데 특히 도움이 되는 차이) 몇 개를 먼저 잡는 것입니다.
표지 변이는 대체로 이런 성격을 가집니다.
첫째, 단순 맞춤법이나 현대식 띄어쓰기처럼 “후대 편집으로 쉽게 정리될 수 있는 차이”는 우선순위를 낮춥니다.
둘째, 문장의 핵심 정보가 빠지거나, 같은 구절이 두 번 반복되거나, 문장 순서가 뒤집히는 유형은 우선순위를 올립니다.
셋째, “그럴듯하게 고쳐진 문장”은 매력적이지만, 스테마 추정에서는 오히려 함정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합니다.
용어 풀이
표지 변이: 갈래(계열)를 구분하는 데 특히 유용한 변이입니다.
“많이 다른 차이”가 아니라 “원인을 추적하기 좋은 차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같은 계열’이라고 말하면 위험한 경우
스테마 초보가 자주 미끄러지는 지점은 “매끈한 문장 = 좋은 계열” 같은 감각입니다.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도 많습니다.
후대 편집자가 고치면 문장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관계 추정을 흐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통을 잡을 때는 “잘 다듬어진 표현”보다 “설명하기 곤란한 흔적(오류/누락/어색한 중복)”을 더 무겁게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용어 풀이
공통 오류(common error): 서로 다른 증인들이 같은 ‘이상한 흔적’을 공유할 때, 우연이라기보다 같은 전승 경로(공통 조상본)를
거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발상입니다.
큰 스테마 대신 “대목별 미니 스테마”를 먼저 만드세요
실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작품 전체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대목”에서 미니 스테마를 만드는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 논쟁이 생기는 대목(인용하거나 해석의 근거가 되는 대목) 하나를 정합니다.
- 그 대목의 변이를 표로 정리하되, ‘어느 증인이 어느 읽기를 갖는지’만 적습니다.
- 그중에서 공통 오류로 묶이는 덩어리가 있으면, 그 덩어리를 한 가지로 표시합니다.
- 나머지가 그 덩어리와 어떻게 갈리는지(다른 오류를 공유하는지, 그냥 깨끗한지)를 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왜 이 읽기를 선택했는지”를 말로 풀어쓰기가 쉬워집니다.
큰 나무를 그리는 게 아니라, 독자가 확인해야 하는 지점에서만 작은 가지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오염(혼합 전승)을 만나면, 스테마는 ‘확정’이 아니라 ‘설명력’으로 읽습니다
스테마를 그리다 보면, 한 증인이 A계열의 특징도 갖고 B계열의 특징도 갖는 구간이 나타납니다.
이때 억지로 나무 모양을 유지하려고 하면, 오히려 설명이 무너집니다.
이런 현상은 “둘 이상의 바탕 자료에서 읽기가 섞여 들어온 상태(오염/혼합 전승)”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고, 이때 스테마는
단정이 아니라 “가장 덜 무리한 가설”로 두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오염을 다루는 판단 기준은 아래 글로 연결해 두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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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마를 글로 ‘사람 말’처럼 남기는 3 문장
스테마를 만들었는데 설명이 딱딱해 보이는 건, 대부분 “도식 자체를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독자에게 필요한 건 그림 자랑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입니다.
아래 3 문장 틀로 충분합니다.
무엇이 갈렸는지: “이 대목은 A계열과 B계열에서 읽기가 갈립니다.”
왜 묶는지: “A와 B는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공통 흔적을 함께 갖고 있어 한 갈래로 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채택했는지: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는 ㅇㅇ읽기를 기준으로 삼되, 다른 갈래의 읽기도 각주로 함께 남깁니다.”
스테마 작업 루틴: 적게 잡고, 자주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기
아래 순서로 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 비교 대목을 먼저 제한합니다: 작품 전체가 아니라, 의미에 영향을 주는 구절 10~20곳만 고릅니다.
- 각 대목에서 변이를 1줄로 메모합니다: “누가/어떤 읽기”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 ‘같이 움직이는 쌍’을 찾습니다: B와 C가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가는 대목이 반복되는지 봅니다.
- 임시 갈래를 세웁니다: (A) vs (B+C)처럼, 가장 단순한 가설부터 둡니다.
- 가설을 흔드는 반례를 찾습니다: B가 C와 갈라지는 대목이 계속 나오면, “오염(혼합)”이나 “교정 개입”을 의심합니다.
- 결론은 낮춰 씁니다: “~로 확정”보다 “~로 설명하는 편이 자연스럽다”가 안전합니다.
용어 풀이
오염(혼합 전승): 한 사본이 한 갈래만 베낀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의 바탕 자료를 섞어 만든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계통도는 ‘나무’보다 ‘그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마감 전에 3분 점검
첫째, “비슷해서”가 아니라 “공유한 근거(공통 흔적)”를 최소 1개는 말했는지 봅니다.
둘째, 읽기 선택을 단정으로 끝내지 말고, “기준으로 삼았다” 같은 표현으로 폭을 남겼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독자가 다시 확인할 좌표(권/ 쪽/ 행, 자료명)는 최소 1곳은 남겼는지 체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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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마는 ‘그럴듯한 그림’이 아니라 ‘근거의 흐름’입니다
스테마를 그린다는 건, 사본을 줄 세우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차이가 우연일 수 있고, 어떤 차이는 복제되며 누적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남기는 일입니다.
한 번에 완벽한 계통도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표지 변이 몇 개로 시작해 가설을 세우고, 반례를 만나면 수정하면서, 독자가 다시 따라갈 수 있는 기록을 남기면 충분합니다.
자주 하는 질문(FAQ)
Q. 스테마를 못 그리면 비교가 의미 없나요?
A. 아닙니다. 전체 스테마가 아니라 “대목별 미니 스테마”만으로도 선택 근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Q. 공통 오류가 꼭 ‘오류’ 여야 하나요?
A. 핵심은 “우연히 동시에 생기기 어려운 흔적”입니다. 의미 붕괴, 이상한 중복, 설명이 어려운 누락 같은 흔적이 특히 유용합니다.
Q. 문장이 더 자연스러운 판본을 고르면 안 되나요?
A. 자연스러움은 후대 교정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계통 판단에서는 자연스러움보다 공통 흔적의 설명력을 먼저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오염(혼합 전승)이 있으면 스테마는 포기해야 하나요?
A. 포기가 아니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확정”이 아니라 “설명력 있는 가설”로 두고, 대목별로 보류·예외를 기록하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Q. 스테마 설명을 너무 학술적으로 쓰는 것 같아요.
A. “무엇이 갈렸는지–왜 묶는지–그래서 무엇을 채택했는지” 3 문장만 지키면 충분히 부드럽게 정리됩니다.
Q. 띄어쓰기나 표점 차이도 스테마 근거가 되나요?
A. 될 수도 있지만 우선순위는 낮게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후대 편집이나 교정으로 쉽게 정리되는 차이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관련 참고자료
Encyclopaedia Britannica: Textual criticism (stemma codicum 관련 설명)
Encyclopaedia Britannica Encyclopedia Britannica
Handbook of Stemmatology (PDF)
Philipp Roelli (ed.) iris.unife.it
Using lattices for reconstructing stemma (common error method 언급, PDF)
CEUR Workshop Proceedings CEUR-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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