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학

필사 오류 패턴 읽는 법: 반복, 누락, 혼동을 근거로 정리하기

editor220308 2026. 1. 9. 22:38

사본 사이의 차이는 ‘다름’이 아니라 ‘왜 그렇게 달라졌는지’로 판단해야 합니다.

필사 과정에서 자주 생기는 오류 패턴을 익히고, 변이를 근거로 정리하는 실전 루틴을 제시합니다.

 

필사 오류 패턴 읽는 법: 반복, 누락, 혼동을 근거로 정리하기

 

차이는 늘 “의미”가 아니라, 종종 “손의 습관”에서 생깁니다


같은 작품을 여러 자료로 대조하다 보면, 차이를 전부 해석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순간이 옵니다.

어떤 차이는 의도적인 수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이 한 번 미끄러지거나, 같은 말을 한 번 더 적거나,

비슷한 글자를 착각해서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 오류 패턴을 모르면 변이를 과장해서 읽기 쉽고, 패턴을 알면 변이를 “생긴 방식”으로 정리해 판단이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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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를 ‘패턴’으로 보는 이유: 내적 근거가 한 줄 더 강해집니다


오류 패턴은 단순한 잡지식이 아닙니다.

“이 변화는 충분히 우연히 생길 수 있다” 또는 “이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를 말할 때, 패턴은 내적 근거의 핵심 재료가 됩니다.

같은 변이도 ‘설명 가능한 실수’인지 ‘의도적 개입’인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고, 그 차이가 정리되면 외적 근거(분포, 갈래)

와도 훨씬 잘 맞물립니다.

 

가장 흔한 누락: 비슷한 구절에서 위치를 놓칠 때


긴 문장을 베끼다 보면 눈이 원문에서 다음 줄로 이동합니다.

이때 비슷한 구절이 앞뒤에 반복되면, 앞의 구절을 읽고 뒤의 비슷한 구절로 “점프”해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결과는 중간 덩어리의 누락입니다.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누락된 앞뒤가 서로 비슷한 끝말이나 비슷한 시작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용어 풀이
눈 건너뛰기(시선 점프): 베끼는 사람이 원문에서 같은 모양,같은 끝말, 같은 시작을 보고 위치를 잘못 잡아, 중간 부분을 빠뜨리는

유형의 실수입니다. (비슷한 끝말 때문에 생기는 누락은 ‘homoeoteleuton’으로도 설명됩니다.) 

 

가까운 예시 1개
문장 A와 문장 C의 끝이 우연히 비슷하고, 그 사이에 문장 B가 끼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베끼는 사람은 A를 옮긴 뒤, 원문에서 다시 위치를 찾다가 C의 끝을 A의 끝으로 착각해 B를 통째로 건너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B가 왜 빠졌는지”를 의미로만 설명하기보다, “끝말이 비슷해 점프가 일어날 수 있다”로 정리하면 훨씬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생기는 일: 같은 덩어리를 한 번 더 적는 반복


누락이 시선 점프의 ‘앞으로 건너뛰기’라면, 반복은 ‘뒤로 되돌아가기’에 가깝습니다.

원문에서 한 구절을 옮긴 뒤, 다음 구절로 넘어가야 하는데 방금 옮긴 부분을 다시 잡아 같은 덩어리를 한 번 더 적는 방식입니다.

 

문장에 같은 구절이 연달아 붙거나, 비슷한 문장이 이중으로 나타나면 이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 볼 만합니다.

 

용어 풀이
반복(ditto 유형): 같은 단어·구절을 한 번 더 적어 중복이 생기는 실수입니다(학술 용어로 dittography가 쓰입니다).

 

반복이 줄어드는 패턴: 같은 말이 한 번만 남을 때


반복과 짝을 이루는 유형이 ‘한 번만 적힘’입니다.

원문에는 같은 글자나 비슷한 덩어리가 두 번 있는데, 베끼는 과정에서 한 번만 적히는 바람에 하나가 사라집니다.

특히 비슷한 글자,비슷한 음절이 가까이 붙어 있을 때 잘 생깁니다.

 

용어 풀이
누락(haplo 유형): 원문에 반복되는 글자, 단어, 구절이 있는데, 베끼는 과정에서 한 번만 적혀 일부가 빠지는 실수입니다

(학술 용어로 haplography가 쓰입니다).

 

비슷한 글자와 비슷한 모양: ‘혼동’은 생각보다 규칙적으로 생깁니다


필사 오류 중에는 “뜻을 몰라서”가 아니라 “모양이 비슷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획이 비슷한 글자, 줄이 바뀌며 모양이 닮아 보이는 글자, 약자(축약)처럼 보이는 형태가 특히 위험합니다.

 

이런 혼동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고, 같은 사람이 같은 환경에서 반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정 자료에서만 계속 등장하는 혼동은 ‘그 자료의 습관’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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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료에서 OCR이 비슷한 글자를 잘못 읽는 문제도 본질은 “모양 혼동”과 가깝습니다.

 

띄어쓰기, 단어 경계가 흐릿한 자료는 ‘어디서 끊었는지’가 변이가 됩니다


띄어쓰기나 단어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자료에서는, 같은 줄이라도 어디서 끊어 읽었는지에 따라 단어가 달라지고

의미가 흔들립니다.

 

이 유형은 ‘실수’와 ‘해석’이 붙어 있는 경계선입니다.

그래서 판단할 때는 “내가 더 자연스럽게 읽히는 쪽을 택했다”로 끝내지 말고, “다른 쪽도 이렇게 끊으면 성립한다”를 함께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글자 순서가 바뀌는 전도도 있습니다: 급하게 옮길수록 생깁니다


두 글자의 순서가 바뀌거나, 비슷한 음절이 자리만 바뀐 형태가 보이면 ‘전도(자리 바뀜)’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건 의미의 문제가 아니라 손의 리듬 문제로도 생깁니다.

문맥이 크게 깨지지 않더라도, 같은 자료에서 유사한 전도가 반복되면 습관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용어 풀이

전도(metathesis): 글자나 음절의 순서가 바뀌어 기록되는 유형의 실수입니다.

 

의미를 매끈하게 만드는 ‘정리’도 변이를 만듭니다


필사는 단순 복사가 아니라 “정리”가 섞이기도 합니다.

낯선 표현을 더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거나, 중의적인 구절을 한쪽 의미로 고정하거나, 앞뒤 문장과 어울리게 단어를 맞춰버리는

방식입니다.

 

이런 정리는 겉보기에는 문장이 좋아 보이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이 경우에는 “왜 매끈해졌는지(정리의 방향)”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됩니다.

매끈함 자체를 장점으로 칭찬하기보다, “정리된 흔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같이 놓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차이를 만나면 먼저 한 줄로 정리합니다


변이를 발견하면, 바로 우열을 가르기 전에 아래 세 가지만 확인해도 판단이 훨씬 안정됩니다.


첫째, 누락/반복/혼동 중 어느 쪽이 가장 설명력이 큰지 한 줄로 적습니다.
둘째, 그 설명이 “다른 읽기의 출현”까지 자연스럽게 설명하는지 봅니다.
셋째, 결론은 단정, 조건부, 보류 중 하나로 남깁니다(단정이 어려우면 기록을 더 분명히 하는 쪽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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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패턴을 알면, 변이를 ‘감’이 아니라 ‘근거’로 다룰 수 있습니다


필사 오류는 텍스트를 망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승이 어떻게 흘렀는지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합니다.

 

누락과 반복, 혼동과 정리는 생각보다 규칙적으로 나타납니다.

그 규칙을 한 번이라도 손에 쥐면, 같은 차이를 보더라도 해석에 앞서 “어떻게 생겼는지”를 말할 수 있게 되고,

그 한 줄이 판단 전체를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주 하는 질문(FAQ)


Q. 누락이나 반복은 어떻게 눈으로 빨리 찾나요?
A. 같은 끝말,같은 시작이 반복되는 구간을 먼저 봅니다.

문장이 갑자기 매끈해지거나 갑자기 끊기면, 그 앞뒤를 나란히 놓고 “점프”가 가능한 구조인지 확인합니다.

 

Q. 혼동인지, 의도적 수정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A. 같은 자료에서 비슷한 혼동이 반복되는지부터 봅니다.

반복된다면 습관일 가능성이 커지고, 특정 자리에서만 의미 방향이 일정하게 바뀐다면 의도적 정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합니다.

 

Q. 오류 패턴을 알면 ‘정답’을 바로 고를 수 있나요?
A. 정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대신 “설명 가능한 결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정이 어려우면 조건부 채택이나 보류로 남기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Q. 디지털 자료(OCR) 오류도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특히 비슷한 모양 혼동은 OCR과 필사가 같은 방식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최종 인용을 스캔 이미지로 확정하고, 좌표를 고정해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Q. 이런 오류들을 다 외워야 하나요?
A. 외우기보다 “누락/반복/혼동/정리” 네 묶음으로 먼저 분류해 두면 충분합니다.

세부 이름은 필요할 때만 확인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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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참고자료


Encyclopaedia Britannica, “Dittography”
https://www.britannica.com/topic/dittography

Encyclopaedia Britannica, “Biblical literature: Texts and versions” (haplography/dittography 설명 포함)
https://www.britannica.com/topic/biblical-literature/Texts-and-versions

UZH Stemmatology, “Haplography”
https://www.sglp.uzh.ch/apps/static/MLS/stemmatology/Haplography_229150068.html

Santa Clara University, “Exegesis: Textual Criticism” (parablepsis/metathesis 등 용어 설명)
https://webpages.scu.edu/ftp/cmurphy/courses/all/bible/exegesis/textual.htm

Kamphuis, “Sleepy Scribes and Clever Critics” (PDF)
https://repository.up.ac.za/bitstream/handle/2263/51336/Kamphuis_Sleepy_2015.pdf? sequence=1

TEI P5 Guidelines, “Critical Apparatus (TC)”
https://tei-c.org/release/doc/tei-p5-doc/en/html/TC.html

TEI P5 Guidelines, “Common Core: add/del/corr”
https://www.tei-c.org/release/doc/tei-p5-doc/en/html/C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