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을 다루는데 용어가 바뀌면 독자는 기준을 잃습니다.
대표 용어를 고정하고 정의한 줄을 붙여, 표기, 약어까지 흔들리지 않게 정리하는 실전 규칙을 소개합니다.

내용이 아니라 ‘호칭’이 바뀌는 순간부터 독자는 길을 잃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다가 제가 가장 먼저 막혔던 지점도 용어였습니다.
같은 대상을 두고 어떤 문단에서는 ‘원문’이라 쓰고, 다른 문단에서는 ‘원전’이라 쓰고, 메모에는 ‘원본’이라고 적어두니,
시간이 지나 다시 확인할 때 “이 셋이 같은 걸 말한 건가?”부터 다시 추적해야 했습니다.
그때 깨달은 건 단순합니다.
용어를 바꾸는 건 문장을 다양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독자의 판단 기준을 흔드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용어 통일은 어렵게 쓰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다시 확인 가능한 글을 만들기 위한 최소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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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용어를 하나 정하고 끝까지 유지합니다
가장 실용적인 규칙은 “한 개념, 한 라벨”입니다.
같은 뜻을 여러 표현으로 바꿔 쓰면 글이 풍부해 보일 수는 있어도, 독자는 같은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대표 용어를 하나 정하고, 나머지 표현은
1) 정말로 역할이 다를 때만 쓰거나,
2) 첫 등장 때만 ‘다른 말’로 안내하고 이후에는 대표 용어로 고정하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대표 용어를 고르는 3가지 기준
대표 용어는 감으로 정하면 글마다 흔들립니다.
아래 세 가지 기준을 순서대로 적용하면 대부분 결정됩니다.
첫째, 널리 쓰이는 관행이 있는가. 이미 익숙한 용어는 설명 비용이 적습니다.
둘째, 오해 가능성이 적은가. 비슷한 개념과 헷갈리면 피합니다.
셋째, 계속 쓰기 편한가. 너무 길거나 애매하면 글이 길어질수록 무너집니다.
이 기준으로 하나를 골랐다면, 이후에는 “더 좋은 말”을 찾기보다 “같은 말을 유지”하는 쪽이 더 중요합니다.
용어 정리는 간단하게: 한 줄 정의, 한 줄 주의
용어장을 두껍게 만들면 오히려 손이 안 갑니다.
실제로 효과가 큰 형식은 두 줄짜리입니다.
첫째, 정의 한 줄: 이 글에서 이 용어가 가리키는 범위는 무엇인가.
둘째, 섞지 말기 한 줄: 같은 뜻으로 어떤 말과 섞지 않을 것인가(또는 구분할 기준은 무엇인가).
이 두 줄만 있어도, 글을 다시 열었을 때 “내가 어디까지를 같은 개념으로 묶었는지”가 남습니다.
바로 적용 가능한 용어 정리 예
아래는 ‘샘플’이 아니라, 실제로 메모장 첫 줄에 붙여두면 효과가 나는 형태입니다.
- 대표 용어: 텍스트
정의: 문자로 남아 전해진 결과(자료에 적힌 글자 자체)를 가리킨다.
섞지 말기: ‘내용’과 같은 뜻으로 쓰지 않는다(의미 해석은 ‘내용’으로 따로 쓴다). - 대표 용어: 본문
정의: 여러 읽기 중 편집자가 채택해 제시한 읽기(독자가 읽게 되는 본문)를 가리킨다.
섞지 말기: ‘원문’과 같은 뜻으로 쓰지 않는다(원문은 ‘자료에 적힌 상태’로만 쓴다). - 대표 용어: 사본
정의: 손으로 옮겨 적어 전해진 전승본을 가리킨다.
섞지 말기: ‘필사본’을 같은 뜻으로 섞어 쓰지 않는다(구분이 필요하면 기준을 먼저 선언한다).


표기 통일은 ‘미관’이 아니라 ‘의미’입니다
용어를 같게 써도 표기가 흔들리면 독자는 다른 대상으로 읽습니다.
특히 약어, 괄호, 대소문자, 띄어쓰기는 눈에 바로 들어와 혼선을 만듭니다.
다음 정도만 고정해도 글이 단단해집니다.
- 약어는 처음 1회만 풀어 쓰고, 이후에는 약어로만 간다.
- 한글/영문 병기는 처음 1회만 하고, 이후에는 대표 표기로 간다.
- 괄호 사용 방식(설명 괄호, 약어 괄호)을 섞지 않는다.
- 가운뎃점 · , 하이픈 - , 슬래시 / 같은 기호는 한 가지 용도에만 쓴다(남발하지 않는다).
용어 풀이
약어: 긴 이름을 줄여 쓰는 표기입니다.
문제는 약어 자체가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 약어로 고정했는지”가 불분명할 때 생깁니다.
처음 등장 규칙만 정해도 독자 혼선이 크게 줄어듭니다.
올리기 전 체크: 한 대상, 한 용어로 유지했는지
쓰기 도중에는 잘 안 보이지만, 완성 직전에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아래 순서로만 훑어도 효과가 큽니다.
- 글에서 반복 등장하는 핵심 단어 10개를 먼저 적습니다.
- 유사어를 찾아봅니다(예: 원전/원문/원본처럼).
-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데 단어가 바뀌는 지점이 있으면 대표 용어로 통일합니다.
- “구분이 필요한 경우”라면, 그 문단 첫 줄에 구분 기준을 한 줄로 박아 둡니다.
- 약어, 괄호, 띄어쓰기를 끝까지 한 방식으로 유지했는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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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통일은 독자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다시 확인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용어가 통일된 글은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독자가 “같은 개념을 같은 기준으로” 따라올 수 있습니다.
대표 용어 하나, 정의 한 줄, 섞지 말기 한 줄만 있어도 글은 크게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작성자 본인에게 이득입니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확인할 때, 내가 어디까지를 같은 개념으로 묶었는지 되짚는 비용이 확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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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하는 질문(FAQ)
Q. 용어를 한 번 정하면 끝까지 절대 바꾸면 안 되나요?
A. 바꿀 수는 있습니다. 다만 바꾸는 순간에는 “이 글에서는 앞으로 A를 B로 부른다”처럼 전환을 한 줄로 명시해 혼선을
막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대표 용어를 정하기 너무 어려운데요.
A. ‘오해 가능성이 적은가’를 최우선으로 두는 게 실전에서 가장 덜 후회합니다.
익숙한 용어가 약간 밋밋해 보여도, 독자가 헷갈리지 않는 편이 더 중요합니다.
Q. 외국어 용어는 계속 병기해야 하나요?
A. 처음 1회만 병기하고 이후에는 대표 표기로 고정하는 방식이 보통 가장 읽기 쉽습니다.
다만 논쟁이 많은 핵심 용어라면, 정의 문단에서만 원어를 유지하는 식으로 “등장 위치”를 제한하면 부담이 줄어듭니다.
Q. 약어는 언제부터 써도 되나요?
A. 처음 등장 때 풀네임을 먼저 쑤고 괄호로 약어를 알려준 뒤, 이후에는 약어로만 쓰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Q. 용어 통일이 출처, 인용과도 연결되나요?
A. 연결됩니다. 같은 자료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독자가 다시 찾기 어렵고, 같은 이름으로 고정하면 출처와 좌표가
더 또렷해집니다.
관련 참고자료
PlainLanguage.gov, “Write for your audience / Be consistent”
https://www.plainlanguage.gov/guidelines/
Microsoft Writing Style Guide(일관성/표기 원칙 참고)
https://learn.microsoft.com/en-us/style-guide/
Purdue OWL, General Format(문서 형식 일관성 참고)
https://owl.purdue.edu/owl/research_and_citation/resourc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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