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제작의 핵심 용어 저본·이본·교감·교감 기를 한 번에 정리합니다.
사본·판본을 어떻게 대조하고 본문을 확정하는지, 실제 작업 순서와 기록 방식, 초보자가 실수하기 쉬운 포인트까지
체크리스트로 안내합니다.

정본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기록”입니다
정본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잘 다듬어진 텍스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저본) 어떤 차이를 비교했고(교감) 그 선택 근거를 어떻게 남겼는지(교감기)가 함께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정본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네 가지 용어, 저본, 이본, 교감, 교감 기를 작업 흐름에 맞춰 정리합니다.
용어풀이
(정본): 여러 사본·판본을 대조해 표준 본문을 확정하고, 그 근거를 기록한 편집 결과물입니다.
참고하면 좋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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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l 정본 l 판본 l 사본ㅣ차이 한 번에 정리: 문헌학 기본 용어 가이드
문헌학 핵심 용어 원전, 정본, 판본·사본의 뜻과 차이를 한 번에 정리합니다.인용, 독서, 리뷰에서 정확한 용어를 쓰는 법, 확인 순서, 실수 방지 체크리스트를 함께 알려드릴게요. “무엇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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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 본문을 만들 때 ‘바탕으로 삼는’ 텍스트
저본은 편집자가 본문을 확정할 때 기본으로 삼는 사본 또는 판본입니다.
즉, 정본의 문장을 일단 어디에서 출발할지 정하는 기준점입니다. 저본은 “가장 오래된 것”이거나 “가장 유명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편집 목표에 따라 저본 선택 기준은 달라집니다.
저본 선택에서 흔히 쓰는 기준(예시)
저자 최종 의도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은 판(최종 개정, 최종 교정 등)
전승 계통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자료(다른 자료들의 원천 역할)
훼손·누락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인 자료(본문이 잘 보존됨)
주석·교정 흔적이 편집 목표에 유리한 자료(교정본, 주해본 등)
용어풀이
(계통): 여러 사본·판본이 어떤 관계로 갈라져 전해졌는지 나타내는 ‘전승의 혈통’입니다.
주의사항: “저본 = 가장 정확한 본”으로 단정하면 오류가 생기기 쉽습니다.
저본은 출발점이고, 정확성은 교감과 선택 근거(교감기)로 확보됩니다.
이본: 같은 작품의 ‘서로 다른 버전’들
이본은 같은 작품이지만 문장,단어,배열,표기 등이 서로 다르게 전해진 텍스트를 말합니다.
이본은 사본끼리, 판본끼리, 혹은 사본과 판본 사이에서도 생깁니다.
중요한 점은 “다르다”는 사실이 곧 “잘못”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승 과정에서 생긴 차이는 때로는 실수(오자)이지만, 때로는 의도적 수정(교정, 개정) 일 수도 있습니다.
이본의 차이가 생기는 대표 원인
필사 과정의 오류: 탈자(빠짐), 오자(잘못), 중복(같은 구절 반복)
편집 개입: 맞춤법 정리, 문장 순서 조정, 주석 삽입
판각/인쇄 과정: 활자 오식, 조판 실수, 재판에서 수정
의도적 개정: 저자 또는 편집자가 내용을 변경
용어풀이
(탈자): 있어야 할 글자/단어/구절이 빠진 상태입니다.
용어풀이
(오식): 인쇄 과정에서 잘못 찍힌 글자/표기입니다.
교감: 이본을 비교하고 “차이”를 통제하는 작업
교감은 여러 이본을 대조하여 차이를 표시하고, 어떤 형태를 본문으로 채택할지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다른 버전들을 옆에 놓고,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기록한 다음, 본문에 무엇을 둘지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교감은 단순 비교가 아니라 선택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절차이므로, 일정한 순서로 진행될수록 결과가 안정적입니다.
교감의 기본 흐름
- 자료 수집: 비교할 사본·판본 목록 확정
- 기준 설정: 저본 선정(본문의 출발점)
- 대조: 동일 구간(장절/페이지)별 차이 표시
- 판정: 오류 가능성/의도적 수정 가능성 검토
- 본문 확정: 채택/보류/주석 처리 결정
- 기록: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교감기에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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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과 역사학ㅣ국문학ㅣ언어학의 차이: 초보가 헷갈리는 기준 정리
문헌학은 작품의 ‘내용’보다 먼저, 텍스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해졌는지(전승)를 확인해 신뢰할 수 있는 본문과 해석의 출발점을 세우는 학문입니다. 역사학 / 국문학 / 언어학과의 차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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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기: ‘어디를 왜 고쳤는지’ 남기는 증거 장부
교감 기는 교감 과정에서 발생한 이본의 차이와 편집자의 선택 근거를 기록한 부분입니다.
정본의 신뢰도는 교감기의 품질에 크게 좌우됩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교감기가 있어야 “이 정본이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는지”를 추적할 수 있고, 편집자 입장에서는 교감기가 있어야
“판정의 책임”을 텍스트 밖으로 분리해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습니다.
교감기에 흔히 담기는 정보
변이(차이) 목록: 어떤 자료(A/B/C)에서 어떻게 다른가
채택 표시: 본문은 어떤 형태를 선택했는가
근거 메모: 오자 판단인지, 계통 판단인지, 의미 판단인지
보류 처리: 결론이 불명확한 경우 주석으로 남겼는가
용어풀이
(변이): 이본들 사이에 나타나는 텍스트 차이(단어, 문장, 배열 등)입니다.
실무 팁: 독서나 리뷰에서도 교감 기를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내가 기준으로 삼은 판”과 “대조한 다른 판에서 달랐던 지점”을 짧게라도 적으면 문헌학적 글쓰기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정본 제작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저본을 정하고, 여러 이본을 교감하여, 본문 선택의 근거를 교감기에 기록한 결과가 정본입니다.
즉, 정본은 ‘내용의 권위’가 아니라 ‘근거의 공개’로 권위를 확보합니다.
초보자 실수 방지 체크리스트: 정본을 읽고 인용할 때
정본의 저본이 무엇인지(사본/판본/연도/판차) 확인합니다.
대조한 이본의 범위가 충분한지(몇 종을 비교했는지) 봅니다.
교감기/주석이 “추적 가능”하게 쓰여 있는지 확인합니다.
중요한 구절은 해당 대목의 변이가 어떻게 정리됐는지(교감기) 찾아봅니다.
인용문에는 사용한 판의 서지정보(출판사, 연도, 판차)를 함께 남깁니다.
자주 하는 질문(FAQ)
Q1. 저본은 가장 오래된 사본을 고르면 되나요?
A.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오래된 자료가 중요할 수는 있지만, 훼손, 누락이 심하거나 편집 목적과 맞지 않으면 저본으로 부적합할 수 있습니다. 저본은 “출발점”이고, 정확성은 교감과 기록으로 확보됩니다.
Q2. 이본이 많으면 정본은 하나로 못 만들지 않나요?
A. 정본은 “하나로 만든다”기보다 “표준으로 제시한다”에 가깝습니다. 이본이 많은 경우, 선택 근거를 교감기에 투명하게 남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Q3. 교감은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작업인가요?
A. 전문 교감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기본 원리는 누구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구절을 다른 판본과 대조해 차이를 표시하고, 어떤 판을 기준으로 설명했는지 밝히는 것만으로도 문헌학적 글쓰기에 가까워집니다.
Q4. 교감기가 없는 정본은 신뢰하면 안 되나요?
A. “무조건 불신”은 아닙니다. 다만 근거 추적이 어려워지므로, 연구와 검증이 목적이라면 교감기/편집 원칙이 명시된 판을 우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5. 오자와 의도적 수정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단일 기준으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이본에서 반복되는지(분포), 의미가 자연스러운지(문맥), 계통상 어떤 흐름인지(전승 관계)를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Q6. 블로그 글에서 교감기까지 언급해야 하나요?
A. 일반 독자 대상 글이라면 필수는 아닙니다. 다만 “어떤 판을 기준으로 했는지”와 “중요 대목에서 판본 차이가 있었는지”를 한두 문장만 밝혀도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Q7. ‘교감’과 ‘교정’은 같은 말인가요?
A. 다릅니다. 교정은 오탈자를 고치는 편집 행위에 가깝고, 교감은 여러 이본을 비교해 차이를 기록하고 본문을 확정하는 문헌학적 절차입니다.
Q8. 번역본을 읽을 때도 저본을 확인해야 하나요?
A. 가능하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번역이 어떤 원문/정본을 저본으로 삼았는지 알면, 번역 차이와 해석 근거를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관련참고자료
신영주, 「한문 문헌에 대한 교감의 전통과 그 유형에 관하여」(KCI 논문 PDF) Korea Journal Central
University of Toronto, “Text Editions” (Guide to Text Editions, PDF) medieval.utoronto.ca
Oxford Latinitas, “What is a critical edition—and why should you care?” Oxford Latinitas
“Critical apparatus (apparatus criticus)” 개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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