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학

오염(혼합 전승)과 정본의 한계 “나무가 안 되는 전승”을 읽는 법

editor220308 2026. 1. 2. 12:52

문헌학에서 오염(혼합 전승)이 무엇인지 쉬운 예시로 설명하고, 왜 계통도(스테마)가 ‘나무’로 정리되지 않는지 정리합니다.

정본과 교감기 확인법과 안전한 인용 문장까지 제공합니다.

 

오염(혼합 전승)과 정본의 한계 “나무가 안 되는 전승”을 읽는 법

 

 

계통도(스테마)를 배우면 전승을 ‘가계도(나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나무가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베끼는 사람(필사자)이나 편집자가 한 자료만 보지 않고, 다른 자료를 참고해 문장을 보완하거나 고쳐 넣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섞임”이 생기면 정본(비평판)은 ‘완벽한 복원’이라기보다 ‘근거를 공개한 최선의 제안’에 가까워집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2025.12.31 - [문헌학] - 계통ㅣ계통도(스테마)란 무엇인가: 전승의 ‘가계도’ 읽는 법

 

계통ㅣ계통도(스테마)란 무엇인가: 전승의 ‘가계도’ 읽는 법

문헌학에서 계통(전승 관계)과 계통도(스테마)를 왜 만들고 어떻게 읽는지 쉽게 정리합니다.공통 오류로 관계를 추정하는 원리, 오염(혼합 전승) 같은 한계, 정본 서문에서 확인할 포인트까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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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혼합 전승)이란 무엇인가

오염(혼합 전승)은 한 사본(또는 판본)이 두 개 이상의 바탕 자료를 참고해 만들어지면서, 서로 다른 계열의 표현(읽기)이 한 자료 안에 함께 섞여 들어간 상태를 말합니다. 

 

용어풀이

(읽기): 같은 자리(같은 문장/단어 위치)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표현(버전)”을 뜻합니다.


용어풀이

(오염/contamination): 둘 이상의 바탕본(참고 자료)에서 온 읽기가 한 증인(사본/판본)에 섞여 들어가는 현상입니다.

 

독자버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감버전


A 노트를 베끼다가 3번째 문장이 어색해서, B 노트의 3번째 문장을 가져와 바꿔 적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결과물은 “A를 베낀 노트”이지만, 한 문장은 B에서 왔습니다.

이게 전승에서 말하는 오염의 핵심입니다.

 

왜 오염이 생기나: 대부분은 “더 낫게 만들려는” 행동입니다

오염은 누군가 일부러 텍스트를 망가뜨린 결과가 아니라, 당시 기준에서 “더 정확하게, 더 자연스럽게” 만들려는 행동이

누적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문장을 매끄럽게 고치려고 섞습니다.
필사자는 이해가 안 되거나 문장이 이상해 보이면 다른 사본을 참고해 표현을 바꿔 적을 수 있습니다.

 

둘째, 여백 교정이 본문으로 흡수됩니다.
누군가 여백에 “이렇게 고쳐라”라고 써두면, 다음 필사에서 그 교정이 본문으로 들어가며 섞임이 생깁니다.

 

셋째, 기억(암기)으로 쓰며 섞입니다.
자주 보던 구절은 눈으로 보지 않고 기억대로 적다가, 다른 계열의 표현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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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이 왜 어려운가: 스테마(나무)가 ‘그물’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테마(계통도)는 공유하는 변이(특히 오류/누락)를 근거로 증인들을 묶어 ‘가계도’를 세우는 방식입니다.

이런 접근은 전통적으로 “나무 형태(계보)”를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오염이 생기면, 한 증인이 A 계열의 특징도 가지면서 B 계열의 특징도 부분적으로 갖게 됩니다.

그러면 한 줄기에서만 내려오는 나무로 정리하기 어렵고, 관계가 교차하는 ‘그물’ 같은 형태가 됩니다.

이때 스테마는 여전히 유용하지만,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설명력을 가진 가설”로 읽는 태도가 더 중요해집니다.

 

용어풀이

(스테마/ stemma codicum): 증인(사본·판본)들의 관계를 가계도처럼 그린 도식입니다. 

 

정본의 ‘한계’는 여기서 생깁니다

오염이 심한 전승에서는 “한 번에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문장이 과장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정본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아래 3가지로 정리됩니다.

 

무엇을 비교했는가(자료 범위)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했는가(편집 원칙)

어디에 근거를 남겼는가(기록 장치)

 

이 중 3번째를 담당하는 대표 장치가 교감기(critical apparatus)입니다.

교감 기는 “본문과 다르게 전하는 자료”를 목록으로 남겨, 독자가 편집자의 선택을 추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용어풀이(교감기/critical apparatus): 본문과 다른 사본·판본의 읽기를 정리해 둔 기록(대개 페이지 하단 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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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오염을 어떻게 다루나: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3가지 전략

전문가 수준의 편집 논쟁을 모두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정본 서문을 볼 때, 아래 셋 중 어디에 가까운지 파악하면 ‘왜 이렇게 정했는지’가 빠르게 보입니다.

 

1. 기준본 중심(대표 자료를 먼저 세우는 방식)
상태가 좋은 한 자료를 중심으로 본문을 세우고, 다른 읽기는 주석으로 처리합니다.

읽기 편하지만 특정 계열에 무게가 실릴 수 있습니다.

 

2. 대목별 선택(절충) + 교감기 강화
대목마다 더 설득력 있는 읽기를 택하고, 이유를 교감기에 남깁니다.

오염이 있는 전승에서 특히 많이 쓰이는 현실적 방식입니다.

 

3. ‘그물’ 전승을 전제로 한 분석 도구의 활용
오염 때문에 단순 나무가 어려운 전승에서, 전승 구조를 더 정밀하게 다루려는 컴퓨터 보조 방법론이 논의됩니다.

 

예를 들어 CBGM은 “스테마는 단순 그림이 아니라 데이터로 문서화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합니다. 

 

용어풀이

(CBGM): 전승의 읽기들이 얼마나 ‘일관되게 함께 움직이는지’를 데이터로 보고, 계통 가설을 더 정교하게 점검하려는

컴퓨터 보조 방법입니다. 

 

독자가 바로 써먹는 “오염 전승” 읽기 루틴 7단계

이 글이 가치 있으려면, 읽고 끝나지 않고 ‘바로 적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아래 루틴은 학술 연구가 아니라, 블로그 글/리뷰/요약에서도 그대로 사용 가능합니다.

 

먼저 “내가 기준으로 삼을 판”을 1개 고릅니다(정본/판본/사본).

 

서문/해제에서 “혼합 전승(오염)” 언급이 있는지 찾습니다.

 

편집 원칙 문장을 확인합니다(기준본 중심인지, 대목별 선택인지).

 

중요한 구절 1~2개만 골라 교감기(주석)를 내려 봅니다. 

 

그 구절에서 다른 읽기가 무엇인지 ‘한 줄’로 메모합니다.

 

글 본문에는 “이 판을 기준으로 소개한다”는 문장으로 표현을 낮춥니다.

 

다르게 전하는 읽기가 해석에 영향을 주면, “다른 판에서는 이렇게도 전한다”를 짧게 덧붙입니다.

 

바로 붙여넣기 가능한 문장 템플릿(과장 방지형)


“이 글은 ㅇㅇ정본(연도/출판사)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전승이 섞여 전해지는 구간에서는 **판/다른 사본에서 표현이 달라질 수 있어,

관련 주석(교감기)을 함께 확인했습니다.”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 3가지와 대체 문장

실수 1) “정본 = 유일한 정답”처럼 단정하기
대체: “정본은 비교와 선택 근거를 공개한 표준 제안이다.”

 

실수 2) 스테마 그림만 보고 개별 근거(교감기)를 안 보기
대체: “스테마는 큰 구조, 교감 기는 대목별 증거다.” 

 

실수 3) 오염을 “오류/조작”으로만 이해하기
대체: “오염은 여러 바탕본을 참고한 결과로 흔히 발생한다.”

 

오염을 알면, 글이 더 단단해집니다

오염(혼합 전승)은 스테마를 무너뜨리는 ‘변수’이지만, 동시에 정본이 왜 교감 기와 원칙 설명을 강조하는지

이해하게 해 주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완벽한 복원을 기대하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와 어디에서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설득력 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FAQ)

Q1. 오염(혼합 전승)이 있으면 계통도(스테마)는 쓸모가 없나요?
A. 쓸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무 형태의 “확정력”이 약해지고, 가설의 성격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개별 근거(교감기) 확인이 더 중요해집니다.

 

Q2. 오염이 있으면 정본을 만들 수 없나요?
A.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기준본 중심인지, 대목별 선택인지 같은 편집 전략과 근거 기록 방식이 더 중요해집니다.

 

Q3. 초보자가 오염을 가장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신호가 있나요?
A. 같은 자료가 어떤 대목에서는 A 계열처럼 보이고, 다른 대목에서는 B 계열처럼 보이는 등, 한 가지 계열로 ‘일관되게’ 묶이지 않는 모습이 반복될 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Q4. 교감기(critical apparatus)는 어디에 있나요?
A. 보통 페이지 하단 주석(또는 권말)에서 본문과 다른 읽기 목록을 작은 약어로 정리해 둡니다. 

 

Q5. 오염이 있는 텍스트를 글에서 다루면, 해석을 포기해야 하나요?
A.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판을 기준으로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해석에 영향을 주는 대목만 ‘다르게 전한다’는 사실을 짧게 밝혀 주면 충분합니다.

 

Q6. CBGM 같은 방법은 오염을 해결해 주나요?
A. 오염 때문에 어려워지는 계통 추정을 데이터로 더 정밀하게 점검하려는 접근으로 소개됩니다. 다만 방법론이 자동으로 정답을 ‘결정한다’기보다, 가설의 질을 문서화하고 점검하는 성격이 강조됩니다.

 

관련 참고자료

Contamination 정의(University of Zurich, Stemmatology Lexicon). (UZH 그리스어 및 라틴어 세미나)

스테마/계통적 방법 개요(Encyclopaedia Britannica, Critical methods). (Encyclopedia Britannica)

Stemma codicum 항목(Encyclopaedia Britannica). (Encyclopedia Britannica)

Critical apparatus 정의(Oxford Reference). (옥스포드 레퍼런스)

CBGM 소개(INTF, University of Münster). (무니스 터 대학교)

CBGM 개요 발표자료(Wachtel PDF). (DiX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