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충분히 살펴보고도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거나, 같은 자료를 보고도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우리는 흔히 해석의 차이나 이해도의 차이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작업 과정을 조금만 되돌려 보면, 결론이갈라진 이유는 판단의 순간보다 그보다 앞서 정해진 기준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흔히 떠올리는 문헌학 설명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시작합니다.판본이나 사본의 차이를 나열하지 않고, 특정 이론이나 용어를 앞세우지도 않습니다.대신 문헌 작업에서 실제로 반복해서 마주치는 장면, 즉 판단이 시작되기 전 이미 기준이 정해져 있는 순간에 주목합니다.문헌학은 결과로써의 텍스트만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그 텍스트를 어떤 기준으로 읽고 비교하기로 했는지를 묻는 학문이기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