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을 비교하다 보면 판본 간 차이가 분명할 때보다, 거의 없어 보일 때 판단이 더 어려워지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어느 쪽을 택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쉽게 결정하기도 꺼려지는 상태입니다.이때의 망설임은 판단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문헌학 작업이 갖는 구조적인 특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차이가 크면 오류나 변형을 의심할 여지가 분명 해지지만, 차이가 거의 없을 때는 오히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가 흐려집니다. 차이가 적을수록 기준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판본 간 차이가 분명한 경우에는 판단의 출발점이 비교적 명확합니다.누락이나 첨가, 의미 변화가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차이가 아주 미세할 때는, 그 차이가 의미 있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일부터가 어렵습니다. 이..